# 연애가 제일 어려웠던 계절, 전화 한 통이 남긴 것들

> 원문: https://lovenough.writerun.blog/most-difficult-season-for-love-phone-call · 발행 2026-09-07 · 러비너프 사랑이야기

# 연애가 제일 어려웠던 계절, 전화 한 통이 남긴 것들
서른두 살, 결혼 이야기가 오가던 사람과 헤어진 지 넉 달째였다. 주변에서는 "시간이 약이다"라고 했지만,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헷갈리는 것들이 있었다. 이 글은 그 넉 달 동안 내가 겪은 일들, 그리고 결국 전화 상담을 통해 얻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.

### 시작은 그냥 평범한 권태기였다
연애 3년 차. 처음엔 그냥 "요즘 좀 무덤덤하네" 정도였다. 매일 하던 연락이 이틀에 한 번이 되고, 만나도 예전만큼 할 말이 없었다. 나는 이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다. 오래된 커플이면 다 이렇겠지, 하고 넘겼다.

문제는 그 무덤덤함이 방치되면서 점점 커졌다는 거다. 서운한 게 있어도 말을 안 하고, 상대도 눈치만 보다가 그냥 넘어가고. 그렇게 쌓인 게 결국 어느 날 사소한 일로 터졌다. "우리 이제 그만하자"는 말이 그렇게 갑자기 나올 줄은 몰랐다.

### 헤어지고 나서가 진짜 시작이었다
이별 직후엔 오히려 담담했다. "차라리 잘 됐다" 싶기도 했으니까. 그런데 2주쯤 지나니까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. 그 사람이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에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고, 자려고 누우면 예전 대화 목록을 뒤적이고 있었다.

가장 힘들었던 건 이 감정을 누구한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. 친구들한테는 이미 몇 번을 말해서 더 얘기하기 미안했고, 가족한테는 애초에 말도 못 꺼냈다. 그렇다고 혼자 끙끙 앓자니 같은 생각만 계속 맴돌았다. "연락해볼까, 말까." "이게 진짜 끝인 걸까."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었다.

###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
그러다 새벽에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전화상담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.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다. "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 얘기를 한다고?" 싶었는데, 오히려 그게 이유였다. 아는 사람이 아니니까 눈치 안 보고 다 털어놓을 수 있겠다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.

막상 통화가 시작되니 생각보다 훨씬 편했다. 상담사님이 처음부터 조언을 쏟아내지 않고, 일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순서대로 물어봐 주셨다. 권태기가 왜 시작됐는지, 헤어지자는 말이 나온 그 순간에 정확히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, 그리고 지금 내가 원하는 게 재회인지 아니면 그냥 이 감정을 정리하고 싶은 건지.

그 질문을 받고 나서야 깨달았다. 나는 사실 재회를 원하는 게 아니라, 그냥 "내가 뭘 잘못한 걸까"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였다. 그 차이를 스스로 알기까지 넉 달이 걸린 셈이다.

### 전화라서 가능했던 것들
돌이켜보면 이게 문자 상담이나 게시판 상담이었으면 이렇게까지 솔직해지지 못했을 것 같다. 글로 쓰려면 계속 다듬고 정리하게 되는데, 말로 하니까 정리 안 된 감정 그대로가 튀어나왔다. 울면서 말하다가 중간에 못 알아들을 정도로 얘기한 적도 있는데, 그것도 다 들어주셨다.

시간도 좋았다. 밤 11시에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서 전화한 적도 있었는데, 그 순간에 바로 연결이 됐다는 것 자체가 큰 위안이 됐다. 감정이라는 게 참 이상해서,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어제만큼 절실하지 않아지거든.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게 나한테는 컸다.

### 지금은
지금은 그 사람과 다시 만나지 않았다. 대신 그 넉 달 동안의 감정을 제대로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. 신기하게도 그게 되고 나니 다음 연애를 준비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. 예전처럼 무덤덤해지는 걸 그냥 넘기지 않고, 서운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말하려고 한다.

연애든 이별이든, 혼자 끝없이 생각만 돌리는 시간이 제일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 같다. 누군가에게 순서대로 이야기하고, 질문을 받고, 내 마음을 스스로 정리해볼 기회. 그게 전화 한 통으로 가능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.

혹시 지금 비슷한 새벽을 보내고 계신 분이라면, 혼자 붙잡고 있지 마시고 편하게 전화로 이야기해보시길. 생각보다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