재회 전략

재회했다가, 일주일 만에 다시 헤어진 이야기

러비너프 사랑이야기4분 읽기

재회했다가, 일주일 만에 다시 헤어진 이야기

재회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봤어도, 재회했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헤어졌다는 이야기는 잘 없는 것 같아서 써본다. 나는 후자였다.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, 그 일주일이 나한테는 오히려 필요한 시간이었다.

헤어진 이유를 안 물어보고 시작한 재회

2년 사귄 사람과 헤어진 건 그 사람이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서였다. "장거리는 자신 없다"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, 사실 그 전부터 우리는 조금씩 삐걱대고 있었다. 대화가 줄고, 만나도 예전만큼 즐겁지 않고. 발령은 그냥 헤어질 명분을 만들어준 계기였을 뿐이다.

헤어지고 두 달쯤 지났을 때 그 사람한테 먼저 연락이 왔다. "장거리 별거 아니었던 것 같다"고.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너무 기뻐서 다른 건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.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, 그 전에 있었던 문제들은 어떻게 할 건지. 그냥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 눈이 멀어서 나머지는 다 넘겨버렸다.

똑같은 문제가 똑같이 돌아왔다

재회하고 며칠은 좋았다. 그런데 딱 일주일이 지나니까 예전에 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했던 대화들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반복되고 있었다. 연락 빈도에 대한 서운함, 만났을 때의 어색한 침묵, 상대방이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느낌. 우리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게 아니라,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뿐이었다.

두 번째로 헤어지자는 말이 나왔을 때는 오히려 첫 번째보다 더 허탈했다. "우리 진짜 이렇게 끝나는 건가" 싶으면서도, 마음 한편으로는 "그럴 줄 알았다"는 씁쓸함이 있었다.

세 번째 재회를 고민하며 걸었던 전화

그리고 또 한 달쯤 지나서, 그 사람한테서 다시 연락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. 실제로 왔다. "다시 한번 만나볼 생각 없냐"고. 이번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. 두 번의 헤어짐을 겪고 나니 "좋아하는 마음"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.

그때 처음으로 전화 상담이라는 걸 시도해봤다. 세 번째 재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말 헷갈렸고, 누구한테 물어봐도 "네 마음이 중요하지"라는 뻔한 답만 돌아왔기 때문이다. 나는 뻔하지 않은 답이 필요했다.

상담사님은 재회 여부를 바로 판단해주지 않았다. 대신 첫 번째 헤어짐의 이유, 첫 번째 재회 때 그 이유가 해결됐는지, 두 번째 헤어짐은 또 어떤 이유였는지를 하나씩 짚어가며 물어봤다. 그렇게 순서대로 되짚어보니 명확해졌다. 우리는 두 번의 기회 동안 단 한 번도 "왜 이 문제가 반복되는지"를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다. 좋아하는 감정만 확인하고, 문제는 항상 뒤로 미뤘던 거다.

재회보다 먼저 필요했던 것

상담을 통해 알게 된 건 "이 사람과 다시 만나도 되는가"가 아니라 "우리는 문제를 마주 보는 방법을 모른다"는 사실이었다. 이건 상대방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였다. 아무리 좋아해도 대화하는 방식 자체가 안 맞으면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 수밖에 없다.

결국 나는 세 번째 재회를 하지 않기로 했다. 대신 그 사람한테 이렇게 말했다. "우리가 다시 만나기 전에, 왜 우리가 자꾸 같은 이유로 헤어지는지부터 얘기해보자"고. 그 사람은 그 말에 당황하는 눈치였다. 아마 그런 식으로 문제를 짚어본 적이 우리 사이에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일 거다.

지금 돌아보면

그 대화 이후로 우리는 결국 다시 만나지 않았다. 하지만 적어도 감정에 휩쓸려서 똑같은 실수를 세 번째 반복하지는 않았다. 재회라는 게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, 사실은 헤어졌던 이유를 얼마나 정확히 짚어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그 통화를 통해 배웠다.

지금 누군가와 재회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,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큰지보다 "우리가 왜 헤어졌는지"를 먼저 정리해보시길 권하고 싶다. 그게 정리가 안 될 때는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전화로 차근차근 짚어보는 것도 방법이다. 나처럼 세 번씩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