권태기, 진짜 문제는 마음이 식은 게 아니었다
"우리 요즘 좀 그런 것 같지 않아?"
3년 사귄 그 사람이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이렇게 말했다. 나는 순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"뭐가?"라고 되물었다. 그 사람은 잠깐 말을 고르더니 이렇게 말했다.
"그냥...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아서."
그 말 한마디가 그날부터 몇 달을 괴롭혔다.
처음엔 그냥 넘겼다
솔직히 그 순간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. 3년이나 만났으니까 처음 같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. 오래된 커플이면 다 이런 거 아닌가, 하고 넘겼던 거다.
그런데 그 대화 이후로 이상하게 사소한 것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. 예전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것들이 자꾸 신경 쓰였다.
- 연락이 하루에 한 번으로 줄었다
- 만나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각자 핸드폰만 봤다
- "오늘 뭐 했어?"라는 질문에 대답이 점점 짧아졌다
혼자 이 목록을 만들어보고 나서야, 이게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.
"권태기"라는 단어 뒤에 숨은 것
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비슷하게 말했다. "권태기는 다 겪는 거야, 시간 지나면 괜찮아져." 맞는 말 같기도 했지만, 뭔가 찜찜했다. 정말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지는 걸까?
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가 전화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. 처음엔 "이런 걸로 상담까지 받아야 하나" 싶었는데,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.
"권태기는 감정이 식은 게 아니라, 대화 방식이 멈춘 상태인 경우가 많아요."
상담사님이 이 말을 했을 때, 머릿속에서 뭔가 딱 맞춰지는 느낌이었다. 우리는 서로를 덜 좋아하게 된 게 아니라, 그냥 표현을 안 하고 있었던 거다.
뭐가 멈췄었는지 되짚어보니
상담을 통해 하나씩 되짚어봤다.
- 언제부터 연락이 줄었는지
- 그 시점에 다른 변화(이직, 야근 증가 등)가 있었는지
- 서운함을 그때그때 말했는지, 아니면 참았는지
되짚어보니 답이 나왔다. 그 사람이 이직한 시점부터였다. 바빠진 걸 서로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, 사실은 그 이해가 "서운함을 말하지 않는 것"으로 이어져 있었다.
서운함을 참는 게 배려라고 생각했는데, 사실은 방치였다.
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했나
상담 이후로 딱 한 가지만 바꿨다. 서운한 게 생기면 그날 안에 말하기로 한 거다. 별거 아닌 규칙 같지만, 효과는 꽤 컸다.
처음엔 어색했다. "나 오늘 좀 서운했어"라고 말하는 게 괜히 유치하게 느껴졌으니까. 그런데 몇 번 해보니까 오히려 그게 자연스러운 대화가 됐다. 쌓아두지 않으니까 대화 자체가 가벼워졌다.
지금 권태기라고 느껴진다면
혹시 지금 "우리 예전 같지 않다"는 생각이 들고 계신다면, 이것부터 체크해보시길 권한다.
- 최근에 서운했던 일을 그때 바로 말했는가, 아니면 참았는가
- 대화 시간보다 각자 핸드폰 보는 시간이 더 많아지진 않았는가
- 상대방의 최근 고민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
이 중 두 개 이상 아니라고 답했다면, 지금이 대화를 다시 시작할 타이밍일 수 있다. 혼자 정리가 안 될 땐 전화로 순서대로 짚어보는 것도 방법이다. 생각보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라, 멈춘 대화 안에 있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