# 3년을 짝사랑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

> 원문: https://lovenough.writerun.blog/things-learned-after-three-years-unrequited-love · 발행 2026-09-08 · 러비너프 사랑이야기

# 3년을 짝사랑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
같은 팀 사람을 3년째 좋아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. "그렇게 오래?" 나도 알고 있다. 이게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거. 그런데도 고백 한 번 못 해보고 매일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며 3년을 보냈다. 이 글은 그 시간 동안 내가 했던 착각들, 그리고 결국 전화 상담을 통해 정리하게 된 이야기다.

### 처음엔 그냥 호감이었다
입사 첫 해, 옆 팀 사람이었다. 회의에서 몇 번 마주치고, 탕비실에서 커피 마시면서 몇 마디 나눈 게 다였는데 이상하게 자꾸 신경이 쓰였다. 그때는 그냥 "괜찮은 사람이네" 정도였다. 문제는 그 감정을 눌러놓고 지켜보기만 했다는 거다.

시간이 지날수록 정보만 쌓였다. 그 사람이 주말에 뭘 하는지,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, 최근에 무슨 고민이 있는지. 정작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한 채로.

### 고백 못 하는 이유를 계속 만들어냈다
돌이켜보면 나는 고백을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였다. "지금은 프로젝트가 바빠서", "저 사람 요즘 힘들어 보여서", "괜히 어색해지면 회사 생활이 곤란해지니까." 매번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고, 그 이유들 덕분에 편하게 미룰 수 있었다.

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 주변에 다른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. 정확히 말하면 예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안 보려고 했던 거였다. 그 사실을 알게 된 날, 이상하게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. "이제 고민 안 해도 되겠다"는 이상한 안도감.

### 정리가 안 되는 감정
그 이후로 한 달 정도는 마음이 이상했다.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, 그렇다고 뭘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. 회사에서는 계속 마주쳐야 하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은 해야 했다. 그 "아무렇지 않은 척"이 생각보다 훨씬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걸 그때 알았다.

친구들한테 이 얘기를 하면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다. "그러게 진작 고백을 하지 그랬어." 맞는 말인데,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.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를 계속 확인받는 기분이었다.

### 전화로 처음 꺼내본 이야기
그러다 정말 우연히, 밤에 잠이 안 와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연애 상담 전화를 알게 됐다. 사실 짝사랑 얘기로 상담을 받는다는 게 좀 유치하게 느껴져서 망설였다. 그런데 막상 걸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.

상담사님이 제일 먼저 물어본 건 "왜 3년 동안 고백을 안 하셨어요?"가 아니라 "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게 정확히 언제부터였어요?"였다. 그 질문에 답하면서 처음으로 이 감정을 순서대로 되짚어볼 수 있었다. 언제부터 좋아했는지, 왜 말을 못 꺼냈는지, 그리고 지금 이 감정이 그 사람 자체를 향한 건지 아니면 3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미련인지.

이야기를 하다 보니 알게 됐다. 나는 사실 그 사람을 잃는 게 무서웠던 게 아니라, 고백하고 나서 지금처럼 편하게 얼굴 볼 수 있는 사이가 깨지는 게 무서웠던 거였다. 그 두려움을 인정하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.

### 답을 준 게 아니라 질문을 준 시간
상담이 끝나고도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바로 정리된 건 아니다. 다만 이제는 "왜 이러고 있지"라는 자책 대신, "나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행동했구나"라고 이해하게 됐다.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. 자책은 사람을 계속 같은 자리에 묶어두지만, 이해는 다음 걸음을 뗄 수 있게 해준다.

요즘은 조금씩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눈을 돌리고 있다.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. 여전히 가끔 그 사람 생각이 나긴 하지만, 예전처럼 그 생각에 하루 종일 붙잡혀 있지는 않는다.

혼자 3년을 끙끙댔던 걸 생각하면, 진작 누군가에게 이 마음을 말로 꺼내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. 지금 비슷하게 마음 한구석에 오래 묵혀둔 감정이 있는 분이라면, 한 번쯤 전화로 편하게 이야기해보시길 권하고 싶다. 생각보다 답은 내 안에 이미 있었고, 그걸 꺼내는 데 누군가의 질문이 필요했을 뿐이었다.
